closer21(김도훈)- 2004년 봄의 프랑스 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욕망 스냅
1. 화가,건축가,시인,소설가,공상가 수식어를 모두 붙이기 힘든 이상(李箱)이 금홍이와 기거하던 三十三 번지의 방 한 칸 그러니까 쪽방에서 나와
"조선은행 앞에서부터 경성우편국을 엽에 끼고 이 진고개를 들여다보고 갈때 좌우로 늘어선 상점들에 눈을 떼지 못했다." 했다.
만약 이상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면 그는 서슴없이 셔터를 눌러 대었을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도구의 노예이고 이상은 삼중정(미카나이)상점, 하라다 상점, 미스코시 백화점 등의 촘촘히 들어선 호화로운 일본인 상점들로 가득 찬 지역의
경성 어디 모퉁이 길을 이리 저리 유령처럼 방황하고는 심신이 지칠때쯤 쪽방으로 돌아와 낡고 볼품없는 펜과 싸구려 종이 쪼가리들을 슬며시 끄집어 내어
우둑하니 쳐다봐야 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외출하고 '바라본 것'을 방에 들어와서는 다시 '상상'해야 했다.
그는 왜 쪽방에서 나와 진고개든,미스코시 백화점이든 화려한 상가들이 밀집한 거리를 유유히 그것도 혼자 방황했던가?
그런데 근대를 살던 다른일반인들과 달리 이상은 무엇을 사야 하는 소비자라는 객체로서 호화로운 상점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볼 수 없다.
도리어 그는 개인적인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개인이 사회에 살아있음을 자신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익숙하여 한정된 자신만의 분리된 자의식의 공간인 쪽방에서 잠시 탈출하여 '자유롭게 떠도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을 찾아나섰는지 모른다.
그에게 '외출'은 무엇을 보러나간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행위였다.
보러나간다, 본다, 보다
이상은 무엇을 왜 보아야 했는가?
2. 근대문인중 매우 중요한 인물중 하나인 월북한 좌파작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보면
이 작품에서 소설가 구보는 정오에 집을 나와서 14시간을 거리를 방황하다가 새벽 2시경에야 집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산책의 과정에서 그가 줄곧 생각하는 것은 '어디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이다.
구보가 방황하는 거리안을 잠시 들여다 보자.
구보는 백화점의 승강기 앞에 서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전철 안에서 우연히 만난 선본 여자를 보면서 자신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던 걸의 허영과 황금을 쫓아서 다니는 대학 동창생을 보면서 그들의 욕망의 천박함을 조소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금전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가 14시간의 고현학을 끝내고 자정이 넘은 카페에서 비장하게 내린 구보 그의 결론은 '모든 사람은 정신병자'라는 것이다.
소설의 일부를 그대로 함 읽어보자.
"갑자기 구보는 온갖 사람을 모두 정신병자라 관찰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실로 다수의 정신병 환자가 그 안에 있었다.
의상분일증, 언어도착증, 과대망상증, 추외언어증, 여자음란증, 지리멸렬증, 질투망상증, 남자음란증, 병적기행증, 병적허언사편증, 병적부덕증, 병적낭비증……
그러다가, 문득 구보는 그러한 것에 흥미를 느끼려는 자기가, 오직 그런 것에 흥미를 갖는다는 것만으로 이미 한 개의 환자에 틀림없다, 깨닫고, 그리고 유쾌하게 웃었다"
이상이 그러했던 박태원 자신을 반영했던 소설속 구보는 14시간을 방황하며 주로 사람들,도시에 일상을 쫓는 군상들을 만났다.
구보는 그러니까 역시 보았으며 '유쾌하게 웃었다' 했다.
구보는 누구를 보고 혹은 무엇을 상상하고 웃은 것인가?
자 나는 이 답을 이글의 가장 마지막 끄트머리 여러분을 위해 남겨 두겠다.
3. 나는 지금 월간'라비도르'가 부탁한 <글로벌네비게이터>란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하이스트릿 켄싱턴의 한 Pub에 앉아있다.
나는 이글을 마치기 위해 잠시 거리를 방황해야 한다.
내가 위에도 잠시 밝혔듯이 만약 이상이 카메라를 들고 외출을 했다면 그가 무엇을 찍고 남겼을까를 내가 상상하고 그러니까 공상해보기전에
토마스(Thomas / David Hemmings)라는 이름의 영화속 인물이
자신만의 공간인 런던의 부유로운 주택가 첼시의 어딘가 39번지라고 써있는 갈색 대문의 스튜디오에서 나와
롤스로이스 컨버터블을 몰고 60년대 새로운 모던 건축물들이 들어서는 East London(동부런던)을 유유히 지나
약간 경사진 언덕 커브길 모퉁이에 골동품 샵을 우연히 발견하여 그가 차에 내려 세계와 잠시 분리되어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골동품 상점의 녹색 대문을 들어서는 것을,
내가 '본 것'을 이야기 해야 한다.
나는 토마스가 골동품 상점에 들어가기전 차를 상점 앞에 주차하고는 니콘 카메라를 들고 내리는 것을 보았다.
토마스는 정교하게 자신스스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신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모델사진 작업중 휴식시간에 나와 화가인 이웃 친구집에 잠시 들린다.
그리고 외부로 잠시 '외출'... 바람을 쐬러 나온 듯 한데 그가 우연히 들른 골동품 상점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보이는 그러니까 conservative한 노인,
상점 관리인과 몇 마디 대화를 한다.
노인은 무엇이든 '없다' 고 답하고 이 성공한 젊은 포토그라퍼는 모든 것이 차단된 것과 같은 공간에서마저 picture(볼것)를 찾는다.
마지못해 어떤 픽쳐를 찾느냐는 노인의 물음에 그는
매우 오래되어 보이는 J.Constable풍의 유화를 잠시 가리키며 Landscape(풍경)을 찾는다고 말한다.
자
풍경이라
라비도르의 편집진은 나에게 글로벌네비게이터에 실을 이미지를 부탁했다.
그러니까 런던이라는 곳의 풍경같은 것을 말이다.
런던의 풍경이라?
내가 라비도르와 어떤 이미지와 어떤 글로 흥정을 해야 하지?
젊은 토마스는 자신만만하고 시니컬하다.성공에 심취해있고 더 큰 성공과 야심도 꿈꾸는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 청년이다.
토마스는 외출전 이웃에 Abstract작업에 심취한 듯한 화가친구 그림을 살펴보던중 화가친구에게 자신이 맘에 드는 작업을 자신에게 팔던가 팔 수 없다면 그냥 달라고 했다.
또한 모델작업을 하여 패션사진으로 꽤 돈을 벌지만 진정한 사진가, 대가로 명성을 얻고 싶어하는듯
부랑자 수용소에도 사진을 찍기위해 자청하여 들어가고 영향력있는 클라이언트이자 출판 편집자 론에게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보이며 자신스스로를 흥정하는데도 여념이 없다.
토마스는 잠시 이 고로한 골동품점 노인네와의 흥정을 멈추고 다시 녹색 대문을 넘었다. 그리고 바로 녹색대문앞 맞은편 작은 공원
런던에서는 commune(동네공원)이라고 불리는 정원을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고 발길을 그곳으로 옮긴다.
그는 붉은 벽돌로 깔린 계단을 걸어 올라 녹음이 짙은 공원에 들어선다.
비둘기를 향해 달려가는데 잠깐만,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다.
그는 공원의 평화를 즐기는 비둘기들을 찍고 있다. 어쩌면 비둘기들은 이 프로페셔널 사진가가 성가실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눈을 돌려 공원의 언덕에 시선이 멈추었을때 토마스는 자신이 찾던 진정한 '풍경'을 만난다.
한여자와 한남자가 지금 행복한 듯 공원을 거닐고 있다.
토마스는 이 두사람,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을 조금 먼 거리에서 발견했다. 토마스는 멀직히서 거리를 서서히 좁혀가며 지금 그들을 쫓는다.
잠깐, 역시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다.
그는 지금 그들을 찍는다. 그러니까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을 찍고 있다.
연인으로 보이는 이 두사람, 여자는 웃음을 흘리고 있고 남자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 하다.
토마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나는 지금 내가 본 것을 나의 눈으로 찍은 것을 들려주고 있다.
1966년 Metro Goldwyn Mayer 영화사가 제작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의 영화 BLOW - UP을 대해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찍은 풍경의 필름을 이글과 함께 라비도르에 전해줘야 한다.
토마스가 자신이 놓치지 않고 찍은 풍경을 돌려달라고 애원하던 여인에게 돌려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아무 것도 찍지 않은 엉뚱한 필름을 여인에게 돌려 줬다.
그리고 자신이 공원에서 찍은 필름을 자신의 스튜디오에 갖춰진 개인 암실에서 인화한다.
토마스는 인화한 필름을 통해, 여러장의 사진을 통해 사진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는 공원에서 카메라란 기계의 프레임을 통해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자신의 암실에 돌아와 이미지를 '확대'하고 또 확대함으로써
발견한다.
그렇다.
카메라는 확실히 오리지널을 보았을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처없이 이동한다.
토마스가 공원에서 남녀와 거리를 두고 스냅 샷을 찍을때 카메라는 그가 이미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 이상(李箱)이 외출하여 돌아와 자신만의 공간 쪽방에 돌아와 펜을 들었듯이
구보가 자정이 넘은 카페에 앉아 그가 14시간 동안 맞닥드렸던 군상들을 자신을 통해 회상하고 유추하는 시간을 가졌듯이
토마스는 그의 스튜디오 암실에 돌아와 필름을 인화하고 확대하며 이미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하고 지정한 사진들을 유추하고 연속 확대하면서 이미지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는 이미지를 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분명 이미지를 뇌(사고)를 통해 '편집'(인식)하고 있다.
편집을 통해
그는 도대체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센세이션했던 아직도 그 센세이션이 매우 유효한 이 영화는
영화사에 가장 스타일리쉬하고 매력적인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허비 헹콕의 쿨한 스코어
영화후반 록공연장에서 Yardbirds, 제프 백과 지미 페이지과 'Stroll On'을 연주하다 부셔버린 기타조각을 미친듯이 주으려는 관중과
토마스가 클럽안에서 어렵게 집어 나온 기타조각을 클럽 바깥에서 버릴때 지나가는 어떤이도 그렇게 공연장안에서 미친듯이 애원하던
관객과 달리 기타조각을 길거리의 쓰레기마냥 쳐다보지도 않는 장면도 그렇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얼굴에 모두 하얀 분장을 한 마임스튜던트들(이들은 영화 처음에도 등장하여 마지막 시퀀스를 장식한다)이
랜드로버 사파리 지프에 한가득 올라타 공원에 몰려와
공원(Maryon Park) 테니스장에서 테니스 라켓과 공이 없이 테니스를 치고 이것을 태연하게 지켜보는 장면은
이것을 지켜보며 부부르 떨어야도 하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기도 하다.
두 마임 학생이 그렇게 라켓과 공이 없이 테니스를 치다 테니스장을 넘어간 공(?)을 자신들에게 던져 달라고 토마스에게 소리치자
혼란스럽게 멍하니 테니스 치는 두사람을 펜스 너머에서 바라보던 토마스는 엉거주춤 보이지 않는 공을 잔디에서 집어 들어 그들에게 던진다.
그런데 잠깐,역시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는게 보인다.
그가 푸른잔디에서 엉거주춤 발견하여 그들에게 혹은 화면밖 우리에게 집어 던진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4. 미안하지만 모든 물음표를 온전하게 여러분에게로만 돌려 놓으려는 나의 무례함을 이해해달라.
하지만 나는 여러분이 나의 정신없이 조악한 글로 확대해석하고 자신맘대로 눈치를 채거나 반문,의문을 가지고
나도 당신에게 슬쩍 던지는 공을 당신 스스로 조용히 발견하여 집어드는 것을 또한 누군가에게도 던지는 것을 상상한다.
혹시 이상은 구보는 토마스는
자신의 눈이라는 감각이 바라보는 다른 만남,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이라는 환경
그러니까 외출이 가져다주는 심적 이미지에 대한 경험과 상상, 자신에게 채집되고 기록된 본능적인 고민을 거쳐
사회와 외부, 현실을 통해 인식하는 나란 존재,
그 distance에서 꾸준히 갈망하는
자신을
자신의 '욕망'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따위를 나는 도대체 무엇을 통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물어보는가?
근대를 살고간
이상 그의 시와 글에 기호처럼 등장하는 미츠코시 백화점과,위아래로 끊임없이 행렬하는 엘리베이터,진열장에 아직 주인없이 박제된 잉크는 자신의 눈에 의해 사고로 사유로 '확대'된 '정체'의 상징이다.
이 자기중심에서 확대된 정체는 '현실'이며 '환상'이기도 하다.
이상은 홀로 유유히 방황하여 자신안에서 집요하게 살아있는 것, 멈추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소모되야 하는 것을 발견하고 시와 낙서로 다시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던졌다.
박태원의 구보씨는 일상에 집착하는 다양한 군상들,사람들의 정신병을 발견하고 그들에 집착하는,
현미경처럼 '확대'하여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정신병도 보았다.
구보는 그러니까 역시 그의 웃음을, 그의 지각을 우리에게 휙 던지고 있다.
자
지금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만약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만의 주변에 꽤 익숙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반복되는 일상을 선택함에 스스로 너무 오만하여 긍정만하고 있다면
잠시 자기 주변을 놓아두고 무작정 외출을 '선택'해도 좋을 듯 하다.
당신이 외출을 할때는
토마스마냥 자신의 기분을 좋게하는
헝클어진 푸른 셔츠, 자신에게 꼭 맞는 레드와인색의 벨벳 자켓에
가벼운 펜을 들어도 좋고, 그보다는 좀 무게있는 카메라를 들어도 좋고, 오직 자신의 호기심 가득한 눈만을 가지고도 좋다.
오직 당신은 자신에게 익숙했던 자신만의 자리에서 잠시 외출하기위해 홀연히 혹은 유유히 문턱을 넘어서는 과감한 의지에 좀 더 기대면 될 것이다.
외출이 꼭 편안하고 특별한 것이기만 했으면 좋겠지만서도
글쎄
난 당신이
우연과 계획없는 불확실함이 가져다주는
사건과 사고를 용감하게 만나고 다르다란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공간과 세계의 불편함도 만나보면 좋겠다.
바로 당신을, 스스로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당신이 바라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거나(nothing) 모든 것이기도(everything) 하다.
살아있는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을 통해
욕망을 본다.
우리는 삶이란 이름의 필름으로 롤링(continue)되며
이 필름안에서 나와 너를 통해 주고 받거나
이렇게 휙 던지고 있다.
kellymama / 12月 10日
켈리, 영화 Blow up의 Maryou Park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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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D'OR / Global Navigator / 2007年 01月 
